
[김은형의 너도 늙는다] 영화 ‘청명과 곡우 사이’에서 장례식 장면을 촬영하며 실제 지인들을 초대해 ‘생전 장례식’을 치른 배우 박정자. 연합뉴스 십여년 전 아버지가 돌아가신 뒤 오랫동안 고민 중 하나는 아빠를 너무 빨리 잊어버리는 게 아닌가 하는 거였다.
도무지 꿈에도 나오지 않았고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은 것처럼 일상으로 돌아갔다. 갑자기 사무치게 아빠가 그리워서 눈물이 나는 일은 당연히 없었다.
늦둥이로 아빠의 사랑을 듬뿍 받고 자란 내가 이러면 안 될 일이었다. 내가 이렇게까지 못된 딸이었나 하는 괴로움을 털어놨더니 친구는 지금까지도 잊을 수 없는 말을 나에게 건넸다.
“이별을 잘해서 그런 거야. 맺힌 거 없는 부녀관계여서 편하게 보내드릴 수 있었던 거고.”
이 말은 내가 평생 받은 위로 중 최고의 것이었다. 효녀는커녕 나는 살가운 딸도 아니었고, 그 시대를 살아낸 대부분의 아버지가 그렇듯 어린 시절부터 인생 곳곳에 드라마가 쌓여있는 아빠의 역사를 어렴풋이는 알고 있었지만 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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