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옷장에는 낡고 너덜너덜해진 셔츠 한 벌이 있다. 구멍이 다섯 개나 나 있고, 천은 거의 비칠 만큼 얇아졌으며, 원래 하얀색이었던 색깔은 이제 누렇게 바랬다.
아내는 몇 번이나 그 셔츠를 버리겠다고 엄포를 놓았다. 하지만 나는 결코 그 셔츠를 버릴 수 없었다.
내게 그것은 단순한 셔츠가 아니다. 2004년, 처음으로 딸아이를 품에 안았을 때 입고 있었던 셔츠이고, 2008년 첫 해외여행을 떠났던 날에도 입었으며, 2011년 직장 마지막 날이자 자유를 처음으로 실감했던 날에도 함께했던 셔츠다. 수많은 세월과 세탁을 버텨낸 이 셔츠는 이성적으로는 이미 쓰레기통에 들어가 있어야 하지만, 감정적으로는 나에게 더없이 소중하다.
혹시 당신도 나와 비슷한 감정을 느껴본 적 있는가? 낡고 헤졌지만, 특별한 날에 함께했던 이유로 도저히 버릴 수 없는 셔츠, 펜, 가방 같은 물건을 갖고 있다면, 당신만 그런 게 아니다.
하지만 나처럼 당신도 소유 효과(Endowment Effect)라는 심리적 편향...
원문링크 : 투자의 심리학 #7: 소유가 우리에게 은밀히 청구하는 대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