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나는 이별에 취약한 사람이다. 그런 내가 2년간 몸담았던 근무지를 떠나 새로운 부서로 이동하면서 고등학교 졸업 이후로 10년 만에 가장 크게 견뎌야하는 작별의 순간이 찾아왔다.
영화나 드라마에 나오는 2D의 이별을 보고도 하루종일 엉엉 울 수 있을 정도로 이별을 견디는 역치가 낮은 난데, 이젠 이별 장면들이 내 온 감각을 건드리면서 눈 앞에서 현실로 재생되니까 10년 전 고등학교 졸업식 날의 노하우처럼 안녕의 조각들을 붙잡고 우는 시간들이 많아졌다. 평소처럼 하하 웃으면서 안녕이라고 말하고, 뒤돌아오면서 엉엉 울던 나날들.
영영 못 만나는 것도 아닌데 지난 시간들이 아득하고 닿을 수 없는 것처럼 느껴져서, 나는 파도가 휩쓸고 간 모래성처럼 무너지고 휘청거렸다. 당장 내일이라도 3400번 버스를 타고 홍대에 내리고, 아침부터 퉁퉁 부은 눈으로 매니저님들이랑 인사하면서 오늘 점심은 뭘 먹을까 고민하는 대화를 해야할 것 같다.
하지만 앞으로 내가 타야할 버스는 3400번이 아니고, 내려야...
#2021하우하루
#하우하루
원문링크 : 이별장면이 없는 이별을 하고 싶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