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 이토록 지리멸렬한 모녀에 대하여


[칼럼] 이토록 지리멸렬한 모녀에 대하여

책 『딸에 대하여』를 펼친 건 영과 아침부터 말다툼을 한 날이었다. 어떤 이유로 영과 다투었는지는 이제 전혀 기억나지 않지만, 어쩐지 이 모든 것이 조금은 지긋지긋하다고 생각한 것, 내게 가해지는 비난의 말이 영의 목을 타고 칼날처럼 내리꽂힐 때마다 분노로 몸을 떨며 콱 죽어버리고 싶다고 생각한 것 등.

그런 충동적이기 짝이 없고 때에 따라서는 파괴적이기까지 한 정서가 내 몸을 짜릿하게 훑고 지나간 순간만이 어렴풋하나마 기억에 남아있다. 며칠이 지나고 이 글을 쓰고 있는 지금은 영이 깎아 준 키위를 먹고 있다.

낮에는 같이 마라탕도 먹었다. 불과 며칠 전까지 서로의 마음에 생채기를 내다가 별안간 아무 일도 없었다는 듯 사이좋게 얼굴을 마주하고 밥을 먹는 것은 우리가 평생 반복해 온 일이고 나는 영과의 이런 극적인 관계가 우리를 단단하게 연결하고 있다는 걸 알고 있다.

그래서 모녀, 라는 말은 어쩐지 우리 사이를 조금 납작하게 만드는 것도 같다. 그것은 ‘어머니와 딸을 아울러 이르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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