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대공감] 장례의 시간


[세대공감] 장례의 시간

떠나보내고 나서 후회 않으려면 현재 할 수 있는 일에 충실하기 백소현 프리랜스 연구자 지난주일 할머니께서 돌아가셨다. 언제나 건강하시고 활동적이셨던 할머니는 불현듯 뇌종양으로 쓰러지신 후 투병 일 년 반 만에 세상을 떠나셨다.

할머니의 심박이 멎자마자 어른들은 바빠졌다. 나는 할머니와의 이별을 실감하기도 전에 빈소를 차리고 손님을 분주히 맞이해야 했다.

태어나 처음으로 상복을 입었다. 그 모습이 어색하다고 느낄 겨를조차 없었다.

삼 일의 장례 기간 쏟아지는 졸음과 피로를 견디며 할머니의 떠나감에 몰입하는 것은 불가능에 가깝게 느껴졌다. 빈소에서 예배를 드리며 흐느끼다가도 식당에 나가서 손님을 반갑게 맞이해야 하는 변덕이 나를 혼란스럽게 했다.

나는 고인을 떠올릴 수 없었다. 떠올리기를 거부했다.

그래서는 당면한 일에 집중할 수 없기 때문이다. 어른들이 슬퍼지지 않으려고 바빠지기를 택하는가 보다 생각했다.

그런데도 할아버지는 도통 조문객들과 대화를 나누러 식당에 나와 계시는 일이 없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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