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저희 운명이라고 생각하고 계속 살아왔었죠. 그런데 2019년, ‘태아 산재’가 공론화되면서 계기가 됐던 것 같아요.”
정 모 씨의 아들은 올해 16살이지만, 3살 수준의 언어를 구사합니다. 또래보다 키가 많이 작고, 왼쪽 눈과 왼쪽 귀는 제 역할을 하지 못합니다.
심장엔 판막 기형이 있어 여러 차례 수술대에 올라야 했습니다. 병명은 ‘차지(CHARGE) 증후군’, 여러 장기에 동시다발적으로 기형이 나타나는 선천성 질환입니다.
처음엔 자신의 근무 환경 탓일 거라곤 생각해보지 못했습니다. 정 씨는 20대 시절 삼성전자 LCD 공정에서 엔지니어로 일했는데, 별다른 안전 보호구 없이 독한 약품을 다뤘던 기억이 있습니다.
밀폐된 공간에서 자주 구토 증세가 일었고, 그건 동료들도 마찬가지였습니다. 처음 의심을 품게 된 건, 뉴스를 통해 반도체 공장 여성 근로자들이 암과 백혈병을 앓는 모습을 접한 뒤였습니다.
‘우리 아이도 혹시 내가 일했던 환경 때문에 아프게 된 걸까?’, 정 씨는 2021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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