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석이 끝나고 가족여행 계획 세우며 잠깐 올라온 논산 명절 전 심었던 배추는 벌써 이만큼씩 자랐고 초록빛 벼는 노랗게 물들어가는 중이다 이웃집 염소도 잘 있나 둘러보고 길고양이와도 안면을 튼 어느 오후 마당 한편에서 아빠는 대추를 털고 남은 가족들은 모여 마늘 종자를 구분한다 튼실한 놈은 파란 통에 비실한 놈은 노란 통에 튼실한 놈은 밭에 심을 예정이다 3박 4일 휴가 받아온 오빠를 트럭에 싣어서 밭으로 연행해간다 푸른 하늘아래 논길을 가로질러 가는 길 바람에 머리카락이 헝클어지지만 이마저도 좋다 기다란 대지를 평평하게 다듬어주고 저어 멀리까지 구멍 송송난 비닐을 깔아줘야 한다 나히힛 꽃길말고 블랙 비닐길 걷는 중 비닐이 날아가지 않게 돌이나 흙을 가에 덮어주고 마늘을 동그라미 안으로 쑥 넣어준다 길가에 핀 들꽃으로 만끽하는 가을 여름이 떠난 자리마다 가을이 짙어진다 가을햇살에 말려지는 대추처럼 쪼글쪼글한 나의 마음도 가을볕에 널어두면 주름도 하나 없이 펴질것 같은 그런 날 오늘이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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